새싹을 기다리는 마음

눈에 보이지 않는 흙 속에서 묵묵히 뿌리를 뻗어가는 씨앗에게서 온전한 성장의 힘을 배웁니다.

화분

볕이 잘 드는 창가 앞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 로즈마리와 라벤더 씨앗을 심었습니다. 며칠을 유심히 들여다보아도 도무지 싹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흙이 마르지 않게 제때 물을 푹 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며 묵묵히 지켜보는 사이, 어느 날 아침 줄기 끝에서 수줍게 돋아난 연두색 새순을 기적처럼 발견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던 그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씨앗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흙 속에서 생명수를 길어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뿌리를 뻗어 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단한 흙을 밀어내고 어둠 속에서 기초를 다지는 그 외롭고 고단한 과정이 있었기에, 마침내 밖으로 새순을 밀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이죠.

사람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도 이 식물의 조용한 성장과 같습니다. 매일 똑같은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지고, 세상의 속도에 나만 뒤처져 멈춰있다는 불안이 거세게 밀려올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흙 속의 뿌리를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상처를 회복하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 일에는 눈에 띄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눈부신 성취나 결과물이 없을지라도,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일상을 버텨내는 당신의 내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깊고 튼튼하게 마음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생명을 키워내는 화분 앞의 시간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나와 타인의 더딘 걸음을 온기로 품어주는 다정한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줍니다.

4월 26, 2026이음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