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을 기다리는 마음
눈에 보이지 않는 흙 속에서 묵묵히 뿌리를 뻗어가는 씨앗에게서 온전한 성장의 힘을 배웁니다.

볕이 잘 드는 창가 앞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 로즈마리와 라벤더 씨앗을 심었습니다. 며칠을 유심히 들여다보아도 도무지 싹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흙이 마르지 않게 제때 물을 푹 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며 묵묵히 지켜보는 사이, 어느 날 아침 줄기 끝에서 수줍게 돋아난 연두색 새순을 기적처럼 발견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던 그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씨앗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흙 속에서 생명수를 길어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뿌리를 뻗어 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단한 흙을 밀어내고 어둠 속에서 기초를 다지는 그 외롭고 고단한 과정이 있었기에, 마침내 밖으로 새순을 밀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이죠.
사람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도 이 식물의 조용한 성장과 같습니다. 매일 똑같은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지고, 세상의 속도에 나만 뒤처져 멈춰있다는 불안이 거세게 밀려올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흙 속의 뿌리를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상처를 회복하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 일에는 눈에 띄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눈부신 성취나 결과물이 없을지라도,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일상을 버텨내는 당신의 내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깊고 튼튼하게 마음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생명을 키워내는 화분 앞의 시간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나와 타인의 더딘 걸음을 온기로 품어주는 다정한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