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훈습(working through)
어쩌면, 지금의 쓰디쓴 시간들은 나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더욱 단단하게 빚어가는 훈습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가슴 벅찬 일을 준비하시나요?
그럴 때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고, 삶의 의지가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힙니다.
좌절하고 낙망합니다.
“역시 안 되는 거였어.”
자신이 원망스럽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문득 다시 생각합니다.
“한 번 더 해볼까?”
삶의 의지가 다시 불타오르지만, 이번 의지는 이전과 다릅니다.
이미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성공에 대한 기대보다 또다시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반복됩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바로 이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운동선수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듯,
군인이 단순하지만 반복된 훈련을 통해 실전에서 자연스럽게 대응하듯,
우리 역시 실패와 좌절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삶에 대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내면의 근육을 키워갑니다.
비록 지금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을지라도, 삶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갑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훈습(working through) 이라고 부릅니다.
분명한 목표와 지향이 있음에도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나요?
포기하려 해도 포기되지 않아 다시 도전하는 일이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반복된 실패와 좌절은 단순한 헛수고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성공의 길과 삶의 깊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기계적인 반복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좌절과 낙망이 나를 더욱 충분하고 충만한 삶으로 이끄는 훈습의 과정이라고 여긴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지금 맛보고 있는 쓰디쓴 삶의 맛도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지금의 쓰디쓴 시간들은 나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더욱 단단하게 빚어가는 훈습의 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